ART : 페스티벌2011/03/04 09:58
프랑스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만화의 메카이다. 제 9의 예술이라 불리우는 만화는 글과 그림의 조합으로 읽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한다. 작가의 역량만 따라준다면, 2차원적 평면인 종이 위에 무궁무진하고 원대한 세계를 펼칠 수 있고, 재미가 가미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스토리를 기반으로 다채로운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만화는 이해와 몰입이 가장 쉬운 형태의 예술이다.

지난 1월 말에 프랑스 서남부에 있는 작은 도시 앙굴렘(Angoulème)에서 개최된 국제만화페스티벌 (Festival international de la bande dessinée)에 다녀왔다. 이 만화축제에 대한 리뷰는 잡지 브뤼트(Brut) 3월호에 게재됐다.

앙굴렘 시청 앞 전경

축제명 :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Angoulème festival international de la bande dessinée)
일시 : 2011. 1. 27 ~ 1. 30
장소 : 국립만화영상센터(CNBDI) 및 앙굴렘 시내 전역
요금 : 1일권과 4일권을 기준으로 어린이 6유로/13유로, 청소년 11유로/24유로, 어른 14유로/30유로. 7세 미만은 무료.

만화의 도시 앙굴렘, 38번째 국제만화페스티벌 개최

우리나라에서의 만화책이라고 하면 애들이나 보는 책이라는 의식이 강하지만, 프랑스인들은 아이나 어른이나 똑같이 만화를 즐겨 본다. 또한 ‘대여점’이라는 개념이 없고, 만화책 출판시장의 활성화로 한 해에 출간되는 신간만 해도 2000부가 넘는다고 하니, 만화작가도 여타의 문학장르 작가나 삽화가와 동등한 예술가로 대접받는다.

이렇듯 만화가 사랑받는 나라 프랑스에서 매년 초 전 세계 문화인의 주목을 받는 만화축제가 개최된다. 바로 파리의 서남쪽으로 450km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 앙굴렘에서 열리는 국제만화페스티벌이 그것이다. 1974년 시작된 행사는 올해로 38번 째 해를 맞았다. 이 페스티벌은 1972년 만화 출판업자와 만화작가, 삽화가 들이 들이 모인 전시회  <천만개의 영상>이 토대가 되었고, 2년 후부터 앙굴렘시가 적극적으로 이를 축제로 발전시켜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페스티벌에는 한 해 300만 유로(한화로 약 45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다. 이는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조직위원회(FIBD)와 국립만화영상센터(CNBDI), 만화학교 등에 들어간다. 축제는 센터 내의 만화박물관, 만화학교 아뜰리에, 시청, 우체국, 성당, 도서관, 문화센터, 관광사무소 등 앙굴렘 시 전역의 공공기관 및 문화시설에서 다채롭게 마련된다.

북페어에서 책을 판매하고 저자의 사인회를 여는 모습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의 프로그램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출판사를 중심으로 하는 만화책 전시와 판매의 장인 ‘북 페어’와, 만화가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주된 축이다. 북페어에서는 좋아하는 만화가의 책을 구입하고, 직접 저자의 사인을 받을 수도 있다. 전시회는 전년도 그랑프리 수상작가의 개인전과 만화박물관의 전시 이외에도 다양한 기획전으로 구성된다. 또한 만화책 인기투표, 초, 중고등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출판업자나 만화가와의 인터뷰를 담은 비디오 상영, 작가와의 대화, 강연, 사인회 등이 이루어진다.

북페어가 이루어지는 부스의 한 켠에는 ‘아시아망가(Mangasie)’관이 마련되어 일본과 중국, 타이완의 만화들이 소개됐다. 안 쪽에서는 아시아의 비주류 여성 작가를 발굴한 <언더그라운드 망가 : 여성의 관점> 이라는 전시회도 있었고, 만화와 망가, 망가 속의 폭력성, 섹슈얼리티와 망가, 번역 등을 주제로 하는 컨퍼런스도 개최되었다.

일본 여성작가로서 전세계적 성공을 거둔 리요코 이케다의  <베르사이유의 장미>도 앙굴렘 시장 홀에서 전시되었고, 작가와의 만남의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다. 2009년에는 한국도 참여했으나 올해는 아쉽게도 한국만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시청의 중정에서 전시된 <트로이의 세계(Le Monde de Troy)>는 고대 그리스의 트로이를 배경으로  주인공 렁푸스(Lanfeust)의 모험을 그린 판타지 만화 시리즈를 주제로 한 전시회이다. 만화의 원화 이미지와 함께 모형으로 제작한 주인공과 괴물이 어둡게 조성된 전시장을 장식하고 있다. 이 곳에서 역시 책 판매와 함께 줄을 서서 저자의 사인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앙굴렘 시청의 중정에서 전시 중인 <트로이의 세계> 전시장 입구 모습
크리스토프 알레스톤(Christophe Arleston)의 글에 디디에 타르퀸(Didier Tarquin)이 그림을 그린 <트로이> 시리즈 만화
주인공 모형과 만화 이미지가 전시되고, 관객이 만화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작가인 그웬 드 보네발(Gwen de Bonneval)과 파비앙 벨만(Vehlmann)의 인터뷰
‘아시아 망가’ 관에 초대된 홍콩 작가 스텔라(Stella)와의 만남의 장

앙굴렘에서만 볼 수 있는 콘서트인 <뎃셍 콘서트> 도 주목할만한 연극적 방식의 종합예술이다. 완전한 침묵 속의 어두운 무대, 백지 위를 움직이는 손과 남겨지는 그림에 맞추어 오케스트라가 연주된다. 만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테이블 위의 종이를 카메라가 기록하고 그것을 실시간으로 정면의 대형 스크린에 전송, 음악이 덧붙여지는 형식이다. 뮤지션과 만화가가 협연하며 관객과 호흡하는 이 콘서트 무대는 축제기간 중 매일 낮 2시에 앙굴렘 극장에서 열린다.

생 마르탱 성당 성당에서는 성경의 내용을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만화들을 전시했다. 사진은 <뎃셍 콘서트>와 같은 형식으로 성당 천정에 프로젝트로 작가가 만화를 그리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전송해 보여주는 모습.
성당 앞에 세워진 야야버스(Yaya Bus). 일본의 식민지 시절 상하이에 사는 두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야야의 발라드>를 주제로 한 전시로, 근대시기의 버스를 전시공간으로 삼았다.

인구 4만명이 조금 넘는 작은 지방도시인 이 곳에, 만화축제를 보려는 22만명의 인파가  모여든다. 작고 조용한 마을을 그 많은 사람들이 점령하게 되니 주민들은 조금 성가시게 느껴질 법도 하다. 하지만 축제로 인한 수익은 고스란히 앙굴렘 시와 지역 주민들에 돌아가게 되므로, 이 떠들썩한 축제를 기꺼이 즐기는 듯 했다. 일년에 한 번 있는 단 나흘 간의 행사를 위해 앙굴렘 시는 일년 내내 축제 준비에 몰두하고, 주민들은 모자라는 숙박시설을 대체하기 위해 남는 방을 민박집으로 내 놓기도 한다.

앙굴렘 만화페스티벌은 프로그램의 양적, 질적 수준은 상당히 높고, 그 다양성이 상상을 초월한다. 나흘 내내 이 곳에 머무르며 페스티벌을 즐긴다해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충실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축제가 처음 시작되던 1970년대 당시 앙굴렘은 포도경작과 와인생산에서도 큰 이득을 보지 못하고 다른 산업 기반도 약해 전체적으로 도시가 침체되어 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쇠퇴의 늪에 빠져있던 앙굴렘이 만화의 수도라는 도시 이미지로 쇄신하며 축제를 성공으로 이끈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원 정책과 기업의 후원, 활성화된 만화 출판시장, 그리고 무엇보다 주민의 지지와 예술로서의 만화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사랑이 가져온 결실일 것이다.
Posted by 데아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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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에서 온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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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1/03/04 15:44 [ ADDR : EDIT/ DEL : REPLY ]
    • 올리시는 웹툰 잘 보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대여점에서 만화를 빌려보는 문화때문에 만화작가들이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여기는 만화책은 다른책과 마찬가지로 구입해서 많이 봐요. 소장 욕심도 많고...그런 풍토가 우리나라에도 좀 조성되면 좋겠어요.

      2011/03/07 20:13 [ ADDR : EDIT/ DEL ]
  2. 전 제가 만화에 시큰둥해서 잘 몰랐는데 이곳 친구들보니 열정이 대단하더군요.
    몇몇은 오히려 문학보다 BD에 더 중요성을 두면서 수집을 하는데 그 수량에 정말 놀랐어요. ^^
    그래서 그런지 프랑스 영화에서 BD를 원작으로 만드는 작품이 많은가봐요.
    데아쉬님은 어떤 작가를 좋아하세요? :)

    2011/03/04 20:12 [ ADDR : EDIT/ DEL : REPLY ]
    • 아, 사실 저도 만화에 대해 너무 몰라요.. 이번 앙굴렘에 갔을 때도 좋아하는 작가 있으면 사인도 받고 좋았겠다, 싶어 참 아쉬웠어요.
      프랑스 사람들 BD 소장에 대한 열정 대단하죠~~?

      2011/03/05 00:19 [ ADDR : EDIT/ DEL ]
  3. 비밀댓글입니다

    2011/03/07 08:09 [ ADDR : EDIT/ DEL : REPLY ]
    • 아, 네. 제가 비밀답글로 달면, 보는 게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티스토리에서 로그인을 해야만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비밀 댓글은 원래 쓰는 사람이랑 블로그 주인만 보려고 쓰는 것 아닌가요? ^^;;;
      혹시 몰라 전에 쓴 것과 이 답글도 공개로 했습니다.

      2011/03/07 20:16 [ ADDR : EDIT/ DEL ]
    • 비밀댓글입니다

      2011/03/07 23:41 [ ADDR : EDIT/ DEL ]
  4. 제 9의 예술!!! 맞아요 만화도 분명 예술인데요^^
    대중성이 강한 예술이랄까!!!
    프랑스도 만화출판시장이 활성화되어있었군요+__+

    2011/03/07 22:37 [ ADDR : EDIT/ DEL : REPLY ]
    • 네, 프랑스에서는 만화=예술이라는 인식이 확실해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이죠~^^

      2011/03/08 10:29 [ ADDR : EDIT/ DEL ]
  5. 작은 도시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이걸 보려고 모여든다니 놀랍네요 -
    문화를 사랑하는 프랑스의 카테고리에는 만화도 들어가는군요 - 대단하고 부럽습니다.

    2011/03/08 16:29 [ ADDR : EDIT/ DEL : REPLY ]
    • 네, 저도 가보기 전까지 이렇게 관객이 많을 줄은 몰랐어요.
      프랑스인들이 문화와 여행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특히 만화는 사랑 받는 폭이 넓지요.

      2011/03/08 20:46 [ ADDR : EDIT/ DEL ]
  6. rien06

    안녕하세요^^ 앙굴렘으로 검색하던 중 좋은 블로그를 만나게 된 것 같아요-
    미술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글이 될까 싶어 출처 기재하고 관련카페에 담아갈께요^^
    혹시 문제가 된다면 말씀주세요*

    2011/04/25 17:08 [ ADDR : EDIT/ DEL : REPLY ]
    • 네, 출처 밝혀주시면 상관없습니다.
      어떤 카페인가요? 저도 한 번 방문해볼께요.^^

      2011/04/27 20:28 [ ADDR : EDIT/ D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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